“국가·기업의 미래, 사람에 투자해야”

“매주 한 번씩 오전7시에 조찬모임을 갖자”고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이른 시간인 오전 7시에 모임을 갖는 것도 그렇지만 매주 한 번씩 참석한다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조찬모임의 대부’라고 불리는 인간개발연구원 장만기회장(73)은 자그마치 35년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목요일 오전7시에 조찬모임인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를 열고 있다. 창립35주년을 맞이한 지난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장 회장을 만났다.

-창립35주년이라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오늘(5일)이 몇 회 째 모임인가.

“지난 1975년 2월5일에 첫 모임을 시작한 뒤 1631회째다. 처음에는 경영자조찬회라는 월례회와 목요연구회(주례회)로 나뉘어 진행하다가 1987년에 합쳐 매주 목요일 오전7시부터 2시간동안 모임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임을 거른 적이 없나.

“1979년 12·12사태 당일도 모임을 가졌다. 목요일이 공휴일이거나 명절이면 다음날이나 전날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간개발연구회 모임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1975년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제일주의를 표방할 때였다. 기업인들도 인간의 존엄성을 도외시하던 때였다. 기업내 부각이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개발’과 관련한 모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첫 모임에 참석한 인원은 얼마 정도 됐나.

“정수창 동양맥주사장, 박승찬 금성사 사장, 박은회 한국자동차보험 사장, 최태섭 한국유리공업 사장 등 기업인과 대학교수 등 30명 정도 였다. 당시에는 학계와 기업간의 교류가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인간개발연구회가 산학협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조찬모임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조찬모임을 하겠다고 했을 때 기업인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장 회장은 기독교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 가듯이 조찬모임을 가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기업인들의 일정상 가장 한가한 시간대가 오전7시쯤일 거라고 판단했다. 공부도 머리가 맑을 때 하는 게 좋지 않나(웃음). 그런데 당시에 조찬모임이 없다보니 많은 기업인들이 처음에는 조찬모임에 부정적이었지만 한 번 참여한 뒤 좋다는 것을 금방 알더라.”

-어떤 모임을 35년동안 지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창립할 때 △비정치적 △비종교적 △비영리적 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 세 가지 원칙 중에 하나라도 흔들렸다면 아마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치와 종교와 결합되면 주제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분쟁의 씨앗이 된다. 또한 영리가 목적이 되면 회원들간에 경쟁이 초래됐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이 35년간 지탱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35년을 이끌어 오면서 위기의 순간도 많았을 것 같은데.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 한 번은 노태우정부 시절 노동부로부터 노사협조세미나를 위탁받은 적이 있는데 마치 불법로비를 한 것처럼 오인을 받아 2개월동안 행정감사도 받고, 청와대로부터 사정을 받기도 했다. 당연히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심했다.

또 한 번은 IMF때다. 그 때는 나라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었던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 연회비를 100만원으로 인상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정부의 지원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토론하고 주제를 선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려면 독자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강사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얘기해야 한다. 그 어떤 모임에 비해 강연 후 토론이 활발하다.”

-요즘 세종시로 나라가 시끄럽다. 인간개발연구원이 비정치적을 지향하고 있지만 원로로서 생각하는 세종시의 해법은.

“요즘 정치권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다. 내 책임은 없고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소통과 대화가 안되는 상황에서 수정안이 국회에 통과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치권에 맡겨서 해결 될 수 없는 상황이니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세종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인간개발연구원이 중점적으로 다룰 과제는 무엇인가.

“정부가 고용창출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원의 35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소득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재학중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습득과 함께 글로벌 마인드를 높여 해외 취업을 유도하려고 한다. 또한 대학생들의 국내외 창업과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영사관학교도 만들 계획이다.”

서울=한경수 기자 hkslka@daejonilbo.com

약력

△1937년 전남 고흥 출생

△서울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졸업(1968)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1968)

△(사)한국인간개발연구원 창립 원장 취임(1975)

△UCLA 경영대학원 국제경영자과정 수료(1985)

△한국 엘엠아이(주) 대표이사 회장(1990-현재)

△(사)한국지역정책연구원 상임위원(1993-현재)

△미국 지구환경대학원 명예환경학 박사(1994)

△(사)한국인간개발원 회장(2001-현재)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명예교수(2002-현재)

△(사)한러친선협회 이사장(2003-현재)

△중국 동북사범대 객원교수, 길림대학 고문교수(2004-현재)

△현대자동차그룹 인사정책자문위원(200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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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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